고혈압 저염식이라는 말을 처음 진지하게 생각한 건, 작년 이맘때쯤이었어요. 3월 초, 꽃샘추위가 아직 가시지 않은 월요일 아침이었는데, 남편이 내과에서 돌아오더니 말없이 약 봉투를 식탁에 탁 내려놓더라고요. 봉투를 보니 약 종류가 하나 더 늘어 있었어요. "혈압이 또 올랐어?" 하고 물었더니 "160이 넘었대. 원장님이 이제 약 추가해야 한다고 하더라"고 하는 거예요.
그 말이 묘하게 마음에 걸렸어요. 약을 먹으면서도 혈압이 오른다는 게, 어디선가 구멍이 뚫려 있다는 느낌이랄까요. 저는 그날 저녁 밥상을 치우면서 국그릇을 오래 들여다봤어요. 된장찌개, 깍두기, 멸치볶음. 평범한 한국 밥상이었는데, 그게 갑자기 낯설어 보이는 거예요.
저염식을 찾아보게 된 이유
솔직히 말하면, 저는 "짜게 먹는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어요. 오히려 다른 집보다 싱겁게 먹는다고 자부했거든요. 그런데 질병관리청 자료를 찾아보니 한국인 평균 나트륨 섭취량이 하루 3,500mg을 훌쩍 넘는다고 나와 있더라고요.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하루 2,000mg보다 거의 두 배 가까이 되는 거잖아요.
더 충격이었던 건, 우리가 "건강하다"고 먹는 음식들이 나트륨 함량이 꽤 높다는 거였어요. 된장찌개 한 그릇에 나트륨이 1,000mg을 훌쩍 넘기도 하고, 김치 네댓 조각에도 300~400mg이 들어 있더라고요.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정보 페이지에서 확인해보니, 고혈압 환자의 경우 나트륨을 하루 1,500mg 이하로 줄이면 수축기 혈압이 평균 5~6mmHg 낮아질 수 있다는 내용도 있었어요.
5~6이라는 숫자가 크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는데요. 남편처럼 혈압이 155~160을 오가는 분들에게는 그 차이가 약 한 알을 줄이느냐 마느냐 하는 경계선이 될 수 있거든요.
처음 시도했다가 완전히 실패한 이야기
처음에는 의욕이 넘쳤어요. "그래, 싱겁게 먹으면 되는 거잖아" 하고 단순하게 생각했죠. 된장찌개에 된장을 반만 넣고, 국간장도 줄이고, 김치는 아예 식탁에서 치웠어요.
남편 반응이요? 사흘 만에 "밥이 왜 이래?" 소리가 나왔어요. 어머니(우리 어머니가 85세이신데, 함께 드시거든요)는 더 심했어요. "이거 음식이여, 물이여?" 하시는 거예요. 솔직히 저도 맛이 없더라고요. 아무 맛이 없으니 자꾸 반찬을 더 먹게 되고, 오히려 전체 섭취량이 늘어나는 이상한 현상도 생겼어요.
그 방식은 두 주를 못 넘기고 흐지부지됐어요. 맛이 없으면 사람이 못 먹더라고요. 당연한 얘기인데, 그때는 그걸 몰랐어요.
"나트륨을 빼는 게 아니라, 나트륨 없이도 맛이 나게 바꾸는 거였어요. 그걸 깨닫는 데 두 달이 걸렸습니다."
두 번째 시도에서 달라진 점
두 번째 시도는 좀 다르게 접근했어요. 무조건 빼는 게 아니라, 나트륨이 어디서 가장 많이 들어오는지부터 파악하기로 했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나트륨 줄이기 캠페인 자료를 찾아봤는데, 한국인 나트륨 섭취의 절반 이상이 국물 음식과 김치에서 온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국물 음식부터 손보면 된다는 얘기잖아요.
제가 직접 바꿔본 방법들을 솔직하게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국물은 양을 줄이고, 건더기를 늘렸어요
찌개를 끓일 때 물 양을 예전의 70% 정도로 줄였어요. 그 대신 두부나 애호박, 버섯을 더 넣었죠. 국물을 적게 먹어도 건더기로 포만감이 생기더라고요. 된장 양은 그대로 두고 국물 양만 줄였는데, 신기하게도 간이 더 살아나는 느낌이 들었어요.
국은 아예 매끼 안 올리기로 했고요. 처음엔 어머니가 불만스러워하셨는데, 대신 물을 따뜻하게 드릴 수 있도록 보온병을 식탁 옆에 뒀어요. 세 달쯤 지나니까 어머니도 "요즘은 국 없어도 괜찮네" 하시더라고요.
간을 맞출 때 뒤에서 넣는 방식으로 바꿨어요
이건 어느 요리 프로그램에서 영양사 선생님이 말씀하신 건데, 소금이나 간장을 요리할 때 처음부터 넣지 않고 다 만들고 나서 맛을 보며 조금씩 넣으면 전체 양이 훨씬 줄어든다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해봤더니 정말 그렇더라고요. 처음부터 넣을 때보다 체감상 절반 이상 덜 쓴 것 같았어요.
신맛과 향을 활용했어요
식초, 레몬즙, 들깨가루, 참기름, 마늘, 생강, 깻잎. 이런 재료들이 나트륨 없이도 음식에 깊이를 주더라고요. 오이무침에 소금 반만 넣고 식초를 조금 더 넣었더니 오히려 더 상큼하고 맛있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처음엔 반신반의했는데, 직접 해보니까 말이 되더라고요.
가공식품과 외식은 어떻게 했냐고요
솔직히 이게 제일 힘들었어요. 라면이나 햄, 소시지는 아예 집에 안 들여놓기로 했어요. 남편이 가끔 편의점 라면이 생각난다고 하는데, 저는 모른 척했습니다. 외식은 완전히 줄이진 못했고요. 한 달에 두세 번 가던 걸 한 번으로 줄이는 정도였어요. 외식하면 국물은 웬만하면 안 마시고, 생선구이나 구이류 위주로 고르는 버릇을 들이려고 노력했죠. 잘 지켜진 날도 있고, 흐지부지된 날도 있었어요.
나트륨이 많은 음식, 적은 음식 — 직접 정리해봤어요
처음에는 뭘 먹어도 되는지, 뭘 줄여야 하는지 감이 안 왔어요. 식약처 자료와 제가 직접 식품 라벨을 확인하면서 만든 참고 표예요. 완벽하진 않아도, 저한테는 이게 제일 도움이 됐어요.
| 구분 | 줄이면 좋은 음식 | 자주 먹어도 괜찮은 음식 |
|---|---|---|
| 국·찌개류 | 라면, 국밥, 뚝배기 된장찌개 (국물째) | 건더기 위주 섭취, 국물 양 줄인 찌개 |
| 반찬류 | 김치, 젓갈, 장아찌, 멸치볶음, 굴비 | 나물무침(저염), 두부구이, 달걀찜(간 약하게) |
| 가공·간편식 | 햄, 소시지, 어묵, 인스턴트 국물 | 두부, 무가공 생선, 냉동채소(소금 무첨가) |
| 양념·소스 | 쌈장, 고추장 (다량), 시판 드레싱 | 식초, 레몬즙, 들깨, 참기름, 저염간장 |
| 간식·외식 | 치킨, 피자, 떡볶이, 짜장면 | 과일, 견과류(무염), 고구마, 구이류 |
저염간장은 처음에 "일반 간장이랑 맛이 다를 것 같아서" 망설였어요. 써보니 조금 달달한 느낌이 있긴 한데, 금방 익숙해지더라고요. 어머니도 구분 못 하세요.
1년 뒤 남편 혈압이 어떻게 됐냐고요
완전히 정상이 된 건 아니에요. 그 점은 솔직히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 약을 끊은 것도 아니고요. 다만 주치의 선생님이 "최근 수치가 많이 안정됐네요" 하셨어요. 3개월 전 측정에서 138~142 사이를 유지하고 있었고, 추가됐던 약 한 가지는 용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얘기가 됐어요.
저는 그게 100% 저염식 덕분이라고 단정하진 않아요. 남편이 그 시기에 산책도 시작했고, 체중도 2킬로 정도 줄었거든요.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죠. 그래도 식탁이 달라진 게 한몫했다는 건 저도, 남편도 느끼고 있어요.
어머니께선 오히려 더 잘 드시는 것 같아요. 예전에 짜게 드시면 이튿날 손이 붓거나 하셨는데, 요즘은 그런 게 줄었다고 하시더라고요. 85세 어르신이라 뭐든 조심스러운데, 그 부분은 다행이다 싶었어요.
지금도 잘 못 지키는 날이 있어요
명절이나 제삿날이 제일 무너져요. 전 부치고 갈비 하다 보면 간을 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짜게 먹게 되고, 국물도 한두 국자 더 떠먹게 되더라고요. 그날은 그냥 인정하고 다음 날부터 다시 하는 쪽으로 마음을 바꿨어요. 예전엔 한 번 무너지면 "에이, 됐어" 하면서 일주일을 포기했는데, 그게 더 나쁘더라고요.
혹시 저처럼 처음에 싱거운 맛에 적응이 안 되셔서 중간에 그만두신 분 계신가요? 저는 두 달쯤 지나니까 점점 짠 게 오히려 불편해지는 변화가 왔어요. 외식하고 오면 입이 텁텁하다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그게 "아, 조금 바뀌고 있구나" 싶었어요.
"완벽하게 안 지켜져도 괜찮아요. 어제보다 국물 한 숟가락 덜 마셨으면 그게 이미 달라진 거더라고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어요."
앞으로 제가 계속 해볼 것들
이달부터는 나트륨 함량 확인하는 습관을 더 정착시켜보려고 해요. 마트에서 장 볼 때 식품 라벨의 나트륨 항목을 무조건 한 번은 확인하는 거예요. 처음엔 귀찮았는데, 이제는 그냥 하게 되더라고요. 같은 제품이라도 브랜드마다 나트륨 차이가 꽤 나더라고요.
그리고 저염 된장을 직접 담가보고 싶어요. 올 가을에 한 번 시도해볼 생각이에요. 잘 되면 여기에 또 기록할게요. 잘 안 돼도 기록할게요.
여러분은 식탁에서 나트륨을 줄이려고 어떤 방법을 써보셨나요? 잘 됐든 안 됐든, 댓글로 나눠주시면 저도 참고가 많이 돼요.
이 글은 블로그 운영자의 개인 경험을 정리한 것으로,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 조언이 아닙니다. 혈압 관리는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하시고, 약물 복용 중이신 분은 식단 변화도 주치의와 먼저 상의하시길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