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건강을 챙기게 된 건 작년 4월, 봄비 내리던 화요일이었어요. 건강검진 결과를 들으러 갔다가 의사 선생님이 "AST, ALT 수치가 좀 올라왔네요"라고 하셨을 때, 솔직히 그 자리에서 아무 말도 못 했습니다. 집에 오는 버스 안에서 창문에 빗방울 흘러내리는 거 멍하니 보다가, 어머니한테 뭐라고 말씀드려야 하나 걱정부터 됐어요.
왜 갑자기 간 수치가 올랐을까
선생님은 "술을 많이 드세요?"라고 물어보셨는데, 저는 술을 거의 안 마시거든요. 명절에 한두 잔 정도가 전부예요. 그래서 더 당황했습니다. 알고 보니 술 안 마셔도 간 수치가 오를 수 있다더라고요.
그때부터 제대로 알아봐야겠다 싶었습니다. 블로그 운영하면서 건강 정보 찾아본 게 한두 번이 아닌데, 막상 제 이야기가 되니까 더 절박하게 찾게 되더라고요.
질병관리청 만성질환 통계를 보니, 비알코올성 지방간 유병률이 우리나라 성인의 약 30% 수준이라고 나와 있었어요. 세 명 중 한 명꼴이라는 건데, 그게 저일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술 없이도 탄수화물 과잉, 운동 부족, 수면 부족이 쌓이면 간에 지방이 끼기 시작한다고요.
돌아보니 저는 세 가지 다 해당이었어요. 밥에 국에 빵까지 탄수화물을 참 많이 먹었고, 겨울 내내 추워서 밖에 잘 안 나갔고, 어머니 모시다 보니 밤에 자다 깨는 날이 많았거든요. 딱히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닌데 수치가 오른 게, 오히려 더 허탈했습니다.
그래서 뭘 먹어야 하나, 진짜로 찾아봤어요
처음엔 인터넷 검색부터 했는데, 나오는 글마다 "밀크씨슬 드세요", "헛개나무 드세요" 이런 건강기능식품 광고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그래서 공신력 있는 곳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공하는 건강 정보와, 대한간학회 일반인 자료를 중심으로 읽었어요. 거기서 얻은 내용을 제 방식대로 정리해봤는데, 요점은 생각보다 단순했습니다.
- 간이 좋아하는 건: 규칙적인 식사, 적당한 단백질, 충분한 수분, 꾸준한 유산소 운동
- 간이 싫어하는 건: 과도한 당분, 포화지방, 가공식품, 무분별한 건강기능식품, 수면 부족
특히 건강기능식품 부분이 눈에 띄었어요. 대한간학회 자료에는 "검증되지 않은 한약재나 건강식품이 오히려 약인성 간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었거든요. 간 걱정된다고 이것저것 먹었다가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얘기인데, 저도 예전에 지인이 권하는 대로 뭔가 먹으려다가 멈춘 적이 있어서 섬뜩했습니다.
실제로 식단을 어떻게 바꿨냐면요
한꺼번에 다 바꾸려다가 일주일 만에 포기한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라, 이번엔 딱 하나씩만 바꾸기로 했어요.
흰 쌀밥을 반만 현미로
처음엔 어머니가 싫어하실까봐 걱정됐는데, 반반 섞어드렸더니 별말씀이 없으셨어요. 저는 솔직히 처음 두 주는 맛이 없었습니다. 근데 한 달쯤 지나니까 오히려 흰 쌀밥이 너무 밋밋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습관이라는 게 참 신기해요.
아침에 물 한 컵, 정말 해봤어요
"아침 공복에 물 마시기"는 워낙 많이 들어봤던 얘기라 반신반의했는데, 해보니 변비가 좀 나아지고 피로감이 조금 덜한 것 같았어요. 간에 직접 효과인지는 모르겠지만, 간은 수분이 충분해야 해독 작용을 제대로 한다는 건 대한간학회 자료에서도 나온 내용이에요.
브로콜리를 일주일에 세 번 이상
브로콜리가 간 건강에 좋다는 건 여러 곳에서 읽었는데, 문제는 어머니가 브로콜리 특유의 냄새를 싫어하신다는 거예요. 그래서 저 혼자 데쳐서 먹거나, 달걀이랑 같이 볶아서 냄새를 좀 줄여봤습니다. 어머니도 볶은 건 조금씩 드시더라고요.
국거리 단백질을 좀 더 챙겼어요
두부, 달걀, 닭가슴살을 이전보다 의식적으로 늘렸어요. 간세포가 재생되려면 단백질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나서부터요. 근데 너무 많이 먹으면 오히려 부담이라고 해서, 한 끼에 손바닥 크기만큼만 챙기는 걸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간은 말이 없어요. 아파도 소리를 잘 안 내요."
— 검진 결과 들을 때 의사 선생님이 하신 말씀인데, 그 말이 계속 머릿속에 남아 있어요.
음식 말고, 생활에서 바꾼 것들
저녁 9시 이후엔 안 먹기
야식은 원래 즐기는 편이 아니었는데, 어머니 챙겨드리고 설거지 끝내면 9시가 넘기 일쑤였어요. 그 시간에 뭔가 조금 집어먹는 게 습관이었는데, 의식하면서 끊었습니다. 처음 이 주는 허전했지만, 아침에 일어났을 때 속이 더 편하더라고요.
하루 30분 걷기
운동이 간 건강에 좋다는 건 알았지만, 헬스장까지 가기가 부담스러웠어요. 그래서 저녁 식사 후 동네 한 바퀴만 걷기로 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꾸준히 됐습니다. 어머니도 날씨 좋을 때 같이 나오실 때가 있어서, 같이 걷는 게 낙이 됐어요.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 자료를 보면, 중등도 유산소 운동을 주 150분 이상 하면 비알코올성 지방간 개선에 실질적 효과가 있다고 나와 있어요. 매일 30분이면 일주일에 210분이니까, 그 기준은 넘는 셈이더라고요.
건강기능식품 정리
솔직히 말하면, 이것저것 쟁여놓은 게 있었어요. 지인이 "이거 좋다"고 줬거나, 홈쇼핑에서 충동구매한 것들이요. 앞서 얘기한 대한간학회 내용 보고 나서, 검증된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 정리했습니다. 의사 선생님께 물어봤더니 "드시고 싶으시면 한 가지만, 너무 여러 개 드시지 마세요"라고 하시더라고요.
6개월 뒤 결과는 어땠냐면요
올가을에 다시 검진을 받았어요. AST, ALT 수치가 둘 다 정상 범위로 돌아왔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생활 습관 많이 신경 쓰셨네요"라고 하셔서 내심 뿌듯했어요.
그렇다고 뭔가 특별한 걸 한 건 아니에요. 식단에서 정제 탄수화물을 좀 줄이고, 채소랑 단백질을 조금 늘리고, 매일 걷고, 늦게 먹는 습관 끊은 게 전부였어요. 근데 그게 6개월 동안 유지된 게 저한테는 더 신기했습니다. 예전엔 2주도 못 하고 흐지부지됐거든요.
아쉬운 점도 있어요. 수면은 아직도 잘 못 자요. 어머니 모시는 상황이 그대로니까요. 수면이 간 건강에도 영향을 준다는 걸 알면서도, 이건 마음대로 안 되는 부분이라 지금도 풀리지 않은 숙제예요.
| 항목 | 바꾼 것 | 아직 못 한 것 |
|---|---|---|
| 식사 | 현미 혼합, 채소·단백질 늘림 | — |
| 야식 | 9시 이후 끊음 | — |
| 운동 | 저녁 산책 30분 유지 | — |
| 수면 | — | 여전히 불규칙, 개선 중 |
| 건강기능식품 | 불필요한 것 정리 | — |
| 음주 | 원래도 거의 안 함 | — |
어머니 간 건강도 신경 쓰이더라고요
85세 어머니는 여러 약을 드시거든요. 혈압약, 관절약 등등이요. 약을 많이 드시는 어르신일수록 간에 부담이 갈 수 있다는 걸, 이번에 자료 찾아보면서 알게 됐어요.
대한간학회 자료에 "여러 가지 약물을 동시에 복용하는 경우 약인성 간손상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나와 있었거든요. 그래서 어머니 검진 때 담당 의사 선생님께 한 번 여쭤봤어요. 선생님이 "정기적으로 간 수치 확인은 하고 있으니 걱정 마세요"라고 하셨는데, 그래도 제가 알고 신경 쓰는 것과 모르는 건 다르더라고요.
어머니 드시는 음식에도 좀 더 신경 쓰게 됐어요. 간이 편해야 몸 전체가 편하다는 게, 어머니한테도 해당되는 얘기니까요.
계속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
저는 의지가 강한 사람이 아니에요. 작심삼일로 끝난 게 얼마나 많은지, 이 블로그 초기 글들만 봐도 알 수 있어요. 그런데 이번엔 6개월을 버텼는데, 이유가 뭔가 생각해봤습니다.
제 생각엔, "딱 하나씩만 바꾸자"는 원칙 때문인 것 같아요. 처음부터 식단 전체를 바꾸려 했으면 분명히 무너졌을 거예요. 현미 반반에서 시작해서, 거기에 익숙해지면 채소 추가하고, 그다음에 야식 끊고. 이렇게 하나씩 쌓아갔더니 어느 순간 습관이 돼 있었습니다.
그리고 수치가 좋아졌다는 결과가 나오니까 더 유지하고 싶어지더라고요. 숫자가 보여주는 변화가 동기가 됐어요.
다음 검진은 내년 봄이에요. 그때도 지금 하는 걸 계속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수면 문제도 어떻게 좀 풀 수 있는지, 천천히 더 알아볼 생각이에요.
혹시 간 수치 때문에 걱정하신 적 있으신가요? 아니면 저처럼 검진 결과 보고 뭔가 바꿔보신 분 계시면, 댓글에 어떻게 하셨는지 남겨주시면 좋겠어요. 저도 배우고 싶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