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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길어지던 그 겨울 — 외로움과 조금씩 화해하게 된 이야기

멘탈헬스 · 2026-05-24 · 약 9분 · 조회 24
수정

외로움을 다루는 방법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건, 작년 12월 초였어요. 바깥은 첫눈이 내리던 날이었는데, 어머니께서 창가에 앉아 눈 오는 걸 멍하니 보고 계셨어요. 뭔가 드릴까 싶어 "어머니, 따뜻한 거 드실래요?" 했더니, 돌아보시지도 않고 "괜찮아. 그냥 옛날 생각 났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목소리가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어요.

그날 밤에 제 자신도 돌아봤어요. 어머니 돌봄에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저도 가만히 생각해보면 한 달 동안 친구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이랑 실제로 대화를 나눈 적이 거의 없더라고요.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이모티콘 몇 개 주고받은 게 전부였어요. "나는 요즘 누구랑 웃었지?" 하는 생각이 들었을 때, 좀 무서웠어요.

그때부터 외로움에 대해 제대로 들여다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몇 가지를 조금씩 바꿔봤고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그냥 솔직하게 써보려고요.


외로움이 '몸'에도 영향을 준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어요

처음엔 외로움을 그냥 기분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좀 쓸쓸한 거지, 병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보건복지부에서 발간한 노인실태조사 자료를 찾아보다가 생각이 달라졌어요. 65세 이상 노인 중 "자주 외로움을 느낀다"고 응답한 비율이 상당했고, 장기적인 고독감이 심혈관 질환, 수면장애, 인지기능 저하와 연관된다는 내용이 있었거든요.

그리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발표한 자료에서도 비슷한 맥락이 있었어요. 사회적 고립 상태에 있는 노인은 우울증 발생률이 높고, 그게 다시 신체 건강에 영향을 준다는 거였어요. 어머니 이야기가 아니라 저 자신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걸 그때 실감했죠.

어머니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외로움을 "참아야 하는 것"으로만 여겨왔던 것 같아요. 나이 들면 으레 그런 거라고. 근데 꼭 그래야 하는 건 아니더라고요.

창가에 앉아 홀로 바깥을 바라보는 노인의 뒷모습, 외로움과 고독감을 표현한 장면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무게를 알아채는 것 자체가 먼저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실제로 해본 것들이에요

1. 정해진 시간에 누군가에게 먼저 연락하기

처음엔 이게 뭐가 대단하냐 싶었어요. 근데 막상 해보려니 쉽지 않더라고요. 연락하려다가 "바쁘겠지", "귀찮게 하는 거 아닐까" 싶어서 멈추게 되는 거예요. 저만 그런 건 아니겠죠?

그래서 아예 작게 정했어요. 매주 화요일 오전, 한 명에게만 연락하기. 오랜 친구한테 "요즘 어때?" 카톡 한 줄 보내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처음엔 어색했는데, 한 달 지나니까 그 친구도 먼저 연락을 해오더라고요. 관계가 살아 있으려면 제가 먼저 숨을 불어넣어야 하는 것 같아요.

2. 어머니와 '주제 있는 대화' 시간 만들기

어머니와 하루 종일 같이 있어도 실제로 나누는 대화는 "약 드셨어요?", "뭐 드실래요?" 정도인 날이 많았어요. 그게 어머니한테도, 저한테도 외로운 상황이었던 거죠.

그래서 저녁 먹고 나서 10~15분, 어머니 젊었을 때 이야기를 여쭤보는 시간을 만들었어요. "어머니 스물다섯 때 어디 살았어요?", "그때 뭐가 제일 좋았어요?" 이런 것들이요. 처음엔 어머니가 "뭐 그런 걸 물어봐" 하시다가, 나중엔 먼저 말씀을 꺼내시더라고요. 표정이 달라졌어요.

3. 동네 복지관 프로그램 하나만 등록하기

복지관 얘기를 꺼내면 "거기 가는 사람들은 다들 늙어 보여서 싫다"는 말씀을 주변에서 많이 들어요. 솔직히 저도 처음에 그런 생각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에요. 근데 막상 가보니 그게 아니더라고요.

제가 등록한 건 사진 찍기 모임이었어요. 스마트폰으로 일상을 찍고 같이 보는 프로그램이었는데, 거기서 만난 분들이랑 지금도 연락해요. 프로그램이 중요한 게 아니라, 같은 공간에서 같은 걸 하면 자연스럽게 말이 트인다는 걸 알았어요.

4. 하루 한 번 '밖으로 나가는 이유' 만들기

겨울에 특히 집 안에만 있게 되더라고요. 나가야 할 이유가 없으니까 안 나가고, 안 나가니까 더 가라앉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아주 작은 이유를 만들었어요. 빵집에 식빵 사러 간다든가, 우체국 갈 일 없어도 편지 한 장 써서 보낸다든가.

밖에 나가서 낯선 사람이랑 짧은 대화라도 하고 오면 달라지더라고요. "날씨 춥네요"라는 말 한마디도요. 허무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막힌 데가 뚫리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5. 글 쓰는 것 — 블로그도 그 일환이었어요

이 블로그를 시작한 게 5년 전인데, 솔직히 처음엔 건강 정보 공유 목적이 컸어요. 근데 지금은 글 쓰는 행위 자체가 저한테는 외로움을 다루는 방식 중 하나가 됐어요.

혼자 겪은 일을 글로 쓰고, 누군가 읽어준다는 게 생각보다 큰 위안이 돼요. 댓글 하나가 카카오톡 단체방 백 개보다 가깝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일기도 마찬가지더라고요. 공개 안 해도, 쓰는 것만으로 정리가 돼요.

6. 반려식물 한 개 키우기

동물을 키우고 싶어도 어머니 건강 때문에 엄두가 안 났어요. 그래서 식물로 시작했어요. 처음엔 선인장 하나 사다 놨는데, 이걸 키우면서 뭔가가 달라지더라고요. 물 줄 시간이 생기고, 새 잎 나오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고, 어머니도 관심을 가지시고요.

지금은 베란다에 화분이 여섯 개예요. 과한가요? (웃음) 대화 상대가 없을 때 식물한테 말 걸기도 해요. 이상하게 들리실 수 있는데, 실제로 효과가 있더라고요. 원예 치료라는 분야가 따로 있을 정도니까요.

7. 외로움을 '없애려 하지 않기'

이게 제일 마지막에 적은 이유가 있어요. 가장 오래 걸렸거든요.

처음엔 외로움이 느껴지면 뭔가로 빨리 채우려 했어요. TV 틀고, 유튜브 보고. 근데 그게 근본적으로 해결이 안 되더라고요. 화면 끄면 다시 그 느낌이 돌아왔어요.

어느 날 그냥 외로운 채로 앉아 있어 봤어요. 이 감정이 뭔지, 왜 생기는지. 그랬더니 이상하게 그게 덜 무섭더라고요. 외로움이 사라진 게 아닌데, 좀 친해진 느낌이랄까요. 그게 오히려 시작이었어요.

"외로움을 없애려 하기 전에, 먼저 그 감정을 인정해주는 것. 그게 저한테는 제일 어렵고도 중요한 첫걸음이었어요."

제가 해보고 느낀 것들, 표로 정리해봤어요

방법 실천 난이도 제 경우 변화 아쉬운 점
주 1회 먼저 연락하기 ★★☆☆☆ 관계가 다시 살아나는 느낌 가끔 바쁜 시기엔 잊어버림
어머니와 주제 있는 대화 ★★☆☆☆ 어머니 표정이 밝아지심 피곤한 날엔 내가 먼저 지침
복지관 프로그램 등록 ★★★☆☆ 밖에 나갈 이유가 생김 첫 발이 제일 어려웠음
매일 외출 이유 만들기 ★★☆☆☆ 기분이 눈에 띄게 달라짐 겨울엔 실천이 들쑥날쑥
글쓰기·일기 ★★☆☆☆ 감정 정리가 됨 쓸 말이 없는 날도 있음
반려식물 키우기 ★☆☆☆☆ 아침에 일어날 이유가 생김 여행 가면 물 주기 난감
외로움과 친해지기 ★★★★☆ 불안감이 줄어드는 느낌 아직도 잘 안 되는 날 있음

효과 없었던 것도 있어요 — 솔직하게 씁니다

유튜브로 "시니어 커뮤니티" 같은 데 가입해서 댓글 달아보려 한 적 있어요. 근데 저한테는 잘 안 맞더라고요. 화면 너머 사람들이랑 연결된 느낌이 잘 안 났어요. 이건 제 성향 문제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

명상 앱도 써봤는데, 3일 만에 그만뒀어요. 조용히 앉아 있으면 오히려 외로운 생각이 더 크게 들더라고요. 명상이 나쁜 게 아니라, 그 시기 저한테는 맞지 않았던 것 같아요. 나중에 다시 해볼 생각은 있어요.

어떤 방법이 맞을지는 사람마다 달라요. 제 경우엔 디지털보다 아날로그, 혼자보다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이 더 효과가 있었어요.

"외로움을 느끼는 게 이상한 게 아니에요. 나이가 들수록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감정인데, 그걸 굳이 부끄러워하거나 숨길 필요는 없더라고요."

어머니는 요즘 어떠시냐고요

그 이후로 어머니께 제가 먼저 옛날 이야기를 여쭤보는 게 습관이 됐어요. 지난달엔 어머니가 스물둘 때 지금의 아버지를 처음 만나던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처음 듣는 이야기였어요. 60년 넘게 함께 살면서도 몰랐던 것들이 나왔어요.

그날 어머니 표정이 정말 밝으셨어요.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고요. 외로움을 해결하는 게 거창한 무언가가 아닐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옆에 있는 사람에게 귀를 기울이는 것, 그게 시작이었을지 몰라요.


앞으로 제가 계속 해볼 것들

복지관 프로그램을 이번 봄에 하나 더 등록해볼 생각이에요. 원예 관련 수업이 있더라고요. 식물 좋아하니까 잘 맞을 것 같아서요.

어머니 이야기는 계속 들을 거예요. 녹음도 해두려고요. 언젠가 책으로 만들어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어머니한테도 의미 있고, 저한테도요.

그리고 이 블로그에 계속 쓸 거예요. 쓸 만한 이야기가 생길 때마다. 여기 와서 읽어주시는 분들 덕분에 저도 덜 외로운 것 같아요. 진심으로요.

혹시 외로움을 느낄 때 본인만의 방식이 있으신가요? 댓글로 이야기 나눠주시면 저도 배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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