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D 결핍이라는 말을 처음 들은 건 재작년 11월, 첫눈이 오기 직전의 쌀쌀한 화요일이었어요. 동네 내과에서 건강검진 결과를 받아 들고 앉아 있는데, 원장님이 결과지 한 줄을 짚으며 "이거 많이 낮으세요"라고 하시더라고요. 비타민D 수치가 9ng/mL. 정상 범위 하한선이 20인데, 딱 절반도 안 되는 숫자였습니다. 저는 그때 "비타민D가 뭐 그렇게 대수냐" 싶었어요. 솔직히요.
왜 이 얘기를 꺼내게 됐냐면요
그 결과지를 받고 나서도 한 달을 별로 신경 안 썼어요. 그런데 그 겨울이 유독 힘들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온몸이 무거웠고, 어머니 식사 챙기고 나면 소파에 그냥 주저앉게 되더라고요. 처음엔 "나이 드니까 그렇지" 했는데, 12월 중순쯤 되니까 무릎이 이유 없이 욱신거리고, 계단 내려올 때 다리에 힘이 빠지는 느낌이 왔어요.
그 무렵 어머니(올해 85세)께서 "너 요즘 얼굴이 왜 그러냐, 잠을 못 자냐"고 하셨는데, 그 말이 묘하게 마음에 걸렸어요. 저는 잠을 못 잔 게 아니라 자도 자도 피곤했던 거였거든요. 그때서야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결과지를 다시 꺼내 봤습니다.
비타민D 결핍, 이런 증상들이 있더라고요
다시 공부하듯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질병관리청 건강정보 자료를 보니, 비타민D 결핍이 단순한 "뼈 약해지는 문제"가 아니더라고요. 생각보다 훨씬 여러 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어요.
- 만성 피로와 무기력 — 세포 에너지 대사에 비타민D가 관여하기 때문에 수치가 낮으면 늘 피곤한 느낌이 온다고 해요. 제가 딱 이 상태였어요.
- 근육통·뼈 통증 — 특별히 다친 곳도 없는데 무릎이나 허리가 욱신거리는 것, 비타민D 부족과 관련 있을 수 있대요.
- 면역력 저하 — 겨울마다 감기를 달고 사는 분들 중에 비타민D 수치가 낮은 경우가 많다고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정보에 나와 있더라고요.
- 기분 변화·우울감 — 햇볕이 줄어드는 겨울철에 괜히 더 우울해지는 느낌, 저만 그런 건 아니겠죠? 비타민D가 세로토닌 생성에 관여한다고 해요.
- 낙상 위험 증가 — 이게 어머니 때문에 더 눈에 들어온 부분이에요. 근력 유지에 비타민D가 필요한데, 결핍되면 균형 감각도 떨어질 수 있다는 거예요.
목록을 보면서 제 겨울 증상들이 하나씩 맞아 들어가더라고요. 다 비타민D 탓이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무시할 수 없었어요.
"그냥 나이 든 탓이라고 넘겼던 것들이, 알고 보니 채워줄 수 있는 것들이었구나."
— 결과지를 다시 꺼내 들던 날 밤, 메모장에 적었던 문장
50~60대에 유독 결핍이 잦은 이유
저 혼자 이런 건 아닐 것 같아서 통계도 찾아봤어요.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성인 중 비타민D 수치가 정상(20ng/mL 이상)인 사람이 절반도 안 된다고 해요. 특히 50대 이후엔 더 심각하고요.
이유를 보니까 이해가 됐어요.
- 나이 들수록 피부에서 비타민D를 합성하는 능력 자체가 줄어들어요. 20대와 비교하면 60~70대는 합성량이 절반 이하라고 하더라고요.
- 실내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외출해도 자외선 차단제를 꼼꼼히 바르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 비타민D가 많은 음식 — 고등어, 연어, 달걀노른자 같은 것들 — 을 꾸준히 충분히 먹기가 쉽지 않아요.
- 콩팥 기능이 조금씩 떨어지면서 비타민D를 활성화하는 과정도 덜 효율적이 된다고 해요.
그러니 아무것도 안 해도 결핍이 오게 되어 있는 구조인 거예요. 몸이 이미 불리한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건데, 저는 그걸 모르고 있었던 거죠.
그래서 저는 이렇게 해봤어요
의사 선생님께 다시 가서 "보충제를 먹어야 할 것 같다"고 했더니, 수치를 보고 바로 고용량으로 시작하자고 하셨어요. 처음 두 달은 주 1회 5만IU짜리 전문의약품을 처방받아서 먹었고, 그 이후엔 하루 2000IU짜리 일반 보충제로 유지하고 있어요.
보충제 얘기를 하면 꼭 나오는 게 "어떤 걸 먹어야 하냐"인데, 저는 그냥 약국에서 약사님과 상담하고 골랐어요. 한 가지 배운 건, 비타민D는 지용성이라 지방이 있는 식사와 함께 먹는 게 흡수가 잘 된다는 거예요. 공복에 먹으면 안 된다는 걸 처음엔 몰라서 아침 공복에 먹었거든요. 두 달쯤 뒤 재검했는데 수치가 별로 안 오른 거예요. 그래서 약사님께 여쭤봤더니 바로 그 이유를 알려주셨어요. 밥 먹고 나서 먹으니 다음 검사에서 확 올라가 있었어요.
음식으로도 조금 신경 써봤어요. 어머니 식사 챙기면서 같이 먹는 거라 메뉴를 바꾸는 게 쉽지는 않았는데, 일주일에 두세 번은 고등어구이나 달걀 요리를 넣어보려고 했어요. 劇적인 변화는 없었지만, 어머니도 좋아하시는 메뉴라 계속 하고 있어요.
햇볕은 어떻게 했냐고요? 사실 이게 제일 어렵더라고요. 의지가 있어도 겨울엔 춥고, 미세먼지 나쁜 날도 많고. 그래도 맑은 날 점심 전후로 20~30분 정도 산책하는 습관을 들이려고 했어요. 팔뚝이나 종아리 쪽 피부가 조금이라도 햇볕을 받아야 합성이 된다고 해서요. 자외선 차단제 없이 그 시간만큼은 그냥 걷는 거예요. 처음엔 이게 뭐가 된다고 싶었는데, 습관이 되니까 기분 자체가 달라지더라고요.
수치가 얼마나 바뀌었냐면요
솔직하게 수치를 공개할게요.
| 시기 | 비타민D 수치 | 하고 있던 것 |
|---|---|---|
| 재작년 11월 (첫 검사) | 9 ng/mL | 아무것도 안 함 |
| 재작년 2월 (2개월 후) | 14 ng/mL | 고용량 처방 + 공복 복용 (실수) |
| 작년 5월 (6개월 후) | 31 ng/mL | 식후 복용으로 바꿈 + 산책 |
| 작년 11월 (1년 후) | 38 ng/mL | 2000IU 유지 + 생선 식단 + 산책 |
38까지 온 지금도 "완벽히 좋아졌다"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무릎 통증은 확실히 줄었고, 아침 무기력감도 많이 나아졌어요. 근데 겨울철 우울한 느낌은 여전히 있어요. 비타민D 하나로 다 해결되는 건 아닌가봐요. 제 경우엔 그랬어요.
보충제 고를 때 헷갈렸던 것들
보충제를 처음 고를 때 너무 종류가 많아서 당황했어요. 약국에서 이것저것 집어보다가 배운 것들을 정리해볼게요.
| 구분 | D2 (에르고칼시페롤) | D3 (콜레칼시페롤) |
|---|---|---|
| 출처 | 식물성 | 동물성 (피부 합성과 동일) |
| 체내 흡수·유지 | 상대적으로 짧음 | 더 오래 유지됨 |
| 약사님 추천 | 채식주의자에게 | 일반적으로 D3 추천 |
저는 D3로 먹고 있어요. 어머니께도 같이 드리고 싶어서 노인 적정 용량에 대해서도 약사님께 여쭤봤는데, 어머니처럼 85세 고령이시면 꼭 의사 선생님과 상의 후에 드시는 게 좋다고 하셨어요. 콩팥 상태나 다른 복용 약과 상호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요. 실제로 어머니는 지금 주치의 선생님 처방으로 따로 드시고 있어요.
그리고 "많이 먹으면 더 좋다"는 건 비타민D에서는 절대 아니에요. 지용성이라 몸에 쌓이거든요. 한국영양학회 권고 기준을 보면 65세 이상 상한 섭취량이 하루 4000IU인데, 이걸 넘기면 고칼슘혈증 같은 부작용이 올 수 있다고 해요. 저도 처음에 "빨리 올리겠다"고 혼자 고용량 사서 먹으려다가 약사님한테 말리셨어요. 다행이었죠.
"수치를 빨리 올리고 싶은 마음에 혼자 고용량을 사다 먹으려 했는데, 그게 오히려 위험한 일이었더라고요. 급하게 먹을 게 아니라 제대로 먹어야 하는 거였어요."
지금 제가 하고 있는 것들, 솔직하게
거창한 루틴은 아니에요. 지금 실제로 하고 있는 것들만 적을게요.
- 매일 아침 식사 후에 비타민D3 2000IU 보충제 1알. 빠뜨리지 않으려고 밥그릇 옆에 놔둬요.
- 날씨 좋은 날 점심 전후로 20분 이상 걷기. 긴 소매보단 반팔 차림으로, 팔뚝에 햇볕이 닿도록요.
- 일주일에 두세 번은 고등어·달걀 반찬. 어머니도 좋아하셔서 계속 하고 있어요.
- 6개월에 한 번 혈액검사로 수치 확인. 이건 빠뜨리지 않기로 했어요.
못 하는 것도 있어요. 겨울에 산책 나가는 게 추워서 잘 안 되더라고요. 핑계 같지만 사실이에요. 그래서 겨울엔 보충제 용량을 주치의 선생님과 상의해서 조금 올려서 먹고, 봄여름엔 산책 늘리고 보충제 줄이는 방식으로 조율하고 있어요.
마무리하며 — 오늘부터 달라진 게 아니라, 작년 겨울부터 조금씩
이 글을 쓰면서 다시 그 날 결과지를 꺼내봤어요. 9ng/mL. 지금은 38이 됐고, 앞으로 40 이상으로 올리는 게 제 목표예요. 劇적인 변화는 없었지만, 아침에 일어날 때 예전만큼 무겁지 않아요. 무릎도 덜 욱신거리고요. 그 정도면 충분히 의미 있는 변화라고 생각해요.
어머니도 지금은 수치가 많이 올라오셨어요. 선생님이 잘 관리되고 있다고 하셨는데, 솔직히 제가 결핍 진단 안 받았으면 어머니 수치도 확인 안 해봤을 거예요.
앞으로 저는 반기마다 혈액검사를 빠뜨리지 않기로 했어요. 그리고 겨울에도 이틀에 한 번은 억지로라도 짧게 나가보려고요. 10분이라도요.
혹시 요즘 이유 없이 피곤하거나, 뼈마디가 시큰거리는 느낌이 있으신가요? 저는 그게 다 나이 탓인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 있더라고요. 여러분은 마지막으로 비타민D 수치 확인해 보신 게 언제인가요?
이 글은 제가 직접 겪은 경험을 솔직하게 정리한 개인 기록이에요. 의학적 조언이나 처방이 아닙니다. 비타민D 결핍이 의심되거나 보충제 복용을 고려하신다면, 반드시 의사 또는 약사 선생님과 상담하시길 권해드려요. 특히 고령이신 부모님과 함께 드시는 경우엔 더더욱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