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형감각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처음 느낀 건 작년 봄이었어요. 4월 초, 아침에 욕실 앞 작은 매트 위에서 한 발로 양말을 신으려다가 그냥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다치진 않았어요. 그냥 힘이 없어서, 균형을 못 잡아서 주저앉은 거였는데, 그 순간 뭔가 싸늘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나 이제 이런 사람이 됐나?' 싶었달까요.
왜 이게 갑자기 안 되는 거지?
처음엔 그냥 그날 피곤했나 보다, 하고 넘겼어요. 그런데 며칠 뒤 마트에서 카트를 잡지 않고 좁은 통로를 지나가다가 살짝 휘청했고, 또 며칠 뒤엔 버스에서 손잡이를 놓친 채 급정거를 맞닥뜨렸는데 거의 넘어질 뻔했어요. 연달아 세 번이니까 이건 그냥 피곤한 게 아니다 싶었죠.
어머니 생각이 났습니다. 어머니가 재작년 겨울에 욕실에서 미끄러지셨거든요. 그때도 "별거 아니야" 하셨는데 골반 쪽에 금이 가서 한 달 넘게 고생하셨어요. 그때 얼마나 마음이 철렁했는지. 근데 지금 내가 그 전 단계를 걷고 있는 건 아닐까 싶었어요.
그래서 제대로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왜 나이가 들면 균형을 잡기 어려워지는 건지, 뭔가 훈련으로 되돌릴 수 있는 건지.
나이 들면 왜 균형이 무너지나요
질병관리청 자료를 보니, 65세 이상 어르신의 낙상 경험률이 꽤 높더라고요. 낙상 사고의 상당수가 병원 바깥, 그러니까 가정 안에서 일어난다고 했고요. 저처럼 욕실이나 계단, 방바닥에서 그냥 미끄러지거나 중심을 못 잡아 쓰러지는 경우가 많다고요.
왜 그런지를 좀 더 찾아봤어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발행한 시니어 건강 관련 자료를 보면, 나이가 들수록 평형감각을 유지하는 세 가지 감각 — 시각, 내이(귓속 전정기관), 발바닥 감각 — 이 모두 조금씩 둔해진다고 설명하더라고요. 특히 발바닥의 고유감각(내 발이 어디 있는지 느끼는 감각)이 약해지면, 바닥이 울퉁불퉁하거나 조금만 기울어져도 뇌가 빨리 대응을 못 한다고요.
거기다 근육량도 문제예요. 허벅지 안쪽 근육이나 종아리 근육이 줄어들면 균형을 잡을 때 버텨주는 힘 자체가 없어지는 거니까요. 저도 그런 것 같았어요. 한 발로 서면 종아리가 금방 떨렸거든요.
그래서 뭘 해봤냐면요
유튜브를 뒤지다 보면 운동 영상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저는 그냥 세 가지만 추려서 2주씩 해보기로 했어요. 거창하게 시작하면 제 성격상 사흘 만에 그만두더라고요.
처음 2주 — 한 발 서기
제일 기본이라는 한 발 서기부터 했어요. 싱크대 앞에 서서 설거지하는 척하면서, 한 발을 살짝 들고 10초 버티는 거예요. 처음엔 진짜 5초도 못 버텼어요. 종아리가 흔들리다가 발을 내려놓게 되더라고요. 창피할 정도였어요.
그래도 매일 아침저녁으로 했어요. 각 발당 10초씩 세 번. 싱크대 옆 봉을 잡고 있다가, 잡지 않고, 눈을 감고, 이렇게 단계를 늘렸어요. 2주 끝날 무렵엔 눈 뜨고 한 발로 15초 정도는 버티더라고요. 작은 변화지만 뭔가 되고 있구나 싶었어요.
다음 2주 — 뒤꿈치 들기 (카프레이즈)
균형 잡기에는 종아리 근육이 의외로 엄청 중요하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두 번째로 뒤꿈치 들기를 추가했어요. 양발로 서서 발뒤꿈치를 최대한 들어 올리고 2초 버텼다가 내리는 거예요. 이것도 처음엔 휘청거렸어요.
한 발씩 번갈아서 하니까 난이도가 확 올라가더라고요. 근데 이게 재밌는 게, 한 발 서기보다 오히려 이걸 할 때 더 균형 잡는 느낌이 났어요. 발바닥 감각이 살아나는 것 같달까요.
그다음 — 눈 감고 서기, 쿠션 위에 서기
한 달쯤 지나니까 좀 더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소파 쿠션 하나를 바닥에 놓고 그 위에 서봤어요. 처음엔 진짜 흔들흔들해서 벽 잡았어요. 쿠션 위에 서면 발바닥에 일부러 불안정한 자극을 줘서 균형 감각을 깨운다는 거더라고요.
이건 어머니한테는 권하지 않았어요. 어머니는 이미 낙상 이력이 있으시고, 쿠션 위에서 넘어지면 그게 더 위험하니까요. 어머니는 따로 벽 짚고 앉았다 일어나기를 하루 두 번 하시게 했고, 저는 제 나름의 난이도로 했어요.
"쿠션 위에서 처음 1분을 버텼을 때, 괜히 혼자 웃었어요. 아무도 없는 거실에서. 이게 뭐라고 그렇게 기뻤는지."
두 달 해보고 나서 달라진 것들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劇的으로 달라진 건 없어요. 여전히 계단에서 살짝 긴장하고, 어두운 데서 걷는 건 조심스러워요.
근데 작은 변화는 있었어요.
- 양말 신을 때 더 이상 주저앉지 않아요. 벽에 손을 살짝 짚긴 하지만요.
- 버스에서 손잡이를 놓쳐도 예전처럼 크게 휘청하지 않더라고요.
- 걷다가 돌부리를 밟았을 때 버티는 힘이 조금 생긴 것 같아요.
어머니도 변화가 있으셨어요. 화장실 앞에서 슬리퍼 신을 때 전보다 안정적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어머니는 처음에 "뭘 또 그런 걸 하냐"며 귀찮아하셨는데, 제가 같이 거실에서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따라 하시게 됐어요.
제가 찾아본 평형감각 훈련, 이렇게 정리해봤어요
| 훈련 이름 | 방법 | 제가 느낀 난이도 | 주의할 점 |
|---|---|---|---|
| 한 발 서기 | 한 발 들고 10~30초 버티기 | ★★☆☆☆ (처음엔 어려움) | 싱크대나 벽 옆에서 할 것 |
| 뒤꿈치 들기 | 발뒤꿈치 들어올려 2초 버티기 | ★★☆☆☆ | 천천히, 반동 없이 |
| 눈 감고 서기 | 눈 감고 양발로 30초 서기 | ★★★☆☆ | 반드시 벽 가까이서 |
| 쿠션 위 서기 | 소파 쿠션 위에 양발로 서기 | ★★★★☆ | 낙상 이력 있으신 분은 주의 |
| 뒤꿈치-발끝 걷기 | 한 발 뒤에 다른 발 뒤꿈치 닿게 일직선 걷기 | ★★★☆☆ | 벽 따라 하면 안전 |
이중에서 저는 한 발 서기와 뒤꿈치 들기를 지금도 매일 해요. 뒤꿈치-발끝 걷기는 집 복도에서 왔다 갔다 할 때 같이 하고요. 매일 10분이 안 돼요. 그게 오히려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인 것 같아요.
아쉬웠던 점도 있어요
처음에 너무 의욕이 앞서서 쿠션 위에서 눈까지 감고 서봤다가 옆으로 쓰러질 뻔했어요. 아무도 없는 거실이었는데 다행이지, 어머니 보셨으면 혼났을 거예요.
그리고 며칠 빠지고 나면 다시 처음 수준으로 돌아가는 느낌이 들어요. 근육이라는 게 참 금방 잊더라고요. 그게 제일 아쉬운 부분이에요. 꾸준히 하지 않으면 유지가 안 된다는 걸 몸으로 느꼈어요.
"균형은 한 번 잡는다고 끝나는 게 아니더라고요. 매일 조금씩 신경 써야 유지되는 거더라고요. 어쩌면 건강한 관계랑 비슷한 것 같아요."
지금 저는 이렇게 하기로 했어요
매일 아침 식후에 싱크대 앞에서 한 발 서기 3세트. 저녁에 뒤꿈치 들기 10회씩 두 번. 여기서 빼지 않는 게 목표예요. 특별한 운동복도 없고, 헬스장도 안 가요. 그냥 부엌에서, 복도에서 하는 거예요.
어머니는 제가 옆에 있을 때만 같이 하기로 했어요. 혼자 하시다가 넘어지실까 봐서요. 이건 어머니께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뭔지 계속 찾아봐야 할 것 같아요.
혹시 비슷한 경험 있으신가요? 양말 신다가 흔들리셨다거나, 계단에서 갑자기 긴장하게 됐다거나. 저만 이런 건 아닐 거라 생각하는데, 여러분은 요즘 균형 잡기가 어떠세요?